| 또다시 종이 울렸다. 이 종은 자라는 종이라고 그들은 소변 대변을 보고 나서 방 안의 전깃불을 껐다. |
| 간난이는 곤하던 차라 한잠 푹 자고 나서 벌떡 일어났다. 사방은 고요하다. 다만 공장에서 들려 오는 기계 소리만이 요란스레 들릴 뿐이다. 그는 창문 곁으로 와서 우두커니 밖을 내다보았다. 어젯밤 신철의 앞에 있을 때에는 기운이 버쩍버쩍 나더니 오늘 이렇게 혼자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물론 밖에서 동지들의 끊임없는 조력이 있을 것은 아나 시커먼 저 담 안에 갇힌 자신은 몹시도 고적해 보였다. 유리문 밖에 운동장을 거쳐 높이 솟은 저 담! 간난이는 아까 이 기숙사에 들어오면서부터 저 담이 몹시 걱정이 되었다. 행여나 그 담 밑으로 어떤 구멍이라도 발견할까 함이었다. 그러나 벽돌로 까맣게 올려 쌓고 그 밑으로 몇 길이나 시멘트 콘크리트를 한 그 철벽 같은 담에서는 바늘구멍만한 것도 하나 얻어 볼 수가 없었다. |
| 그는 가만히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 저편 끝에 달빛이 길게 떨어져 흡사히 사람이 섰는 듯하였다. 그가 멈칫 서서 좌우를 휘휘 돌아보았을 때 어디서 문소리가 나는 듯하여 벽에 붙어 섰다. |
| 간난이는 숨을 죽이고 문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여공 하나가 신발 소리를 죽이고 감독 숙직실 편으로 가는 듯하여 간난이는 뜻밖에 호기심이 당기어 그의 뒤를 살금살금 따라섰다. |
| 숙직실 앞에서 그는 발길을 멈추고 머뭇머뭇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간난이는 거 누굴까?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짐작하는 수가 없었다. 어쨌든 여공이 감독과 밀회하러 들어간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때 간난이는 어젯밤 신철이가 하던 말을 다시금 되풀이하며 이대로 두면 이 공장 내에서 일하는 수많은 순진한 처녀들이 감독의 농락을 어느 때나 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따라서 어리석은 저들의 눈을 어서 띄워 주어야 하겠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하루라도 속히 천여 명의 여공들이 한몸이 되어 우선 경제적 이익과 인격적 대우를 목표로 항쟁하도록 인도하여야 하겠다는 책임을 절실히 느꼈다. 옛날에 덕호에게 인격적 모욕을 감수하던 그 자신이 등허리에서 땀이 나도록 떠오른다. 그는 한참이나 서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숙직실 문 앞에까지 와서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중대한 그의 사명이 없다면 당장에 이 문을 두드리고 이 공장 안이 벌컥 뒤집히도록 떠들어 이 사실을 여공들 앞에 폭로시키고 싶었다. 그때 유리문이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나뭇잎 떨어지는 그림자가 얼씬얼씬 비친다. 그는 얼른 뒷문 편으로 몸을 피하였다. |
| 공장에서 기계 소리는 요란스레 울려 나온다. 그는 이 순간에 비창한 결심이 그의 조그만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그는 단숨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담 밑으로 돌아가며 구멍을 찾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차디찬 벽돌만 그의 손에 만져질 뿐이고 조그만 구멍도 발견치 못하였다. 다만 담 밑에 수챗구멍으로 낸 구멍만이 몇 개 있을 뿐이다. 이 구멍은 겨우 손이나 들어갈는지 물론 사람은 나들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구멍은 누구의 눈에나 띄는 구멍이니 이리로 연락을 취하다가는 위험천만이다. 그러나 다시 돌려 생각하면 오히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구멍이 어떤 점으로 보아서는 그들로 하여금 무관심하게 보일는지 모른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우선 며칠 더 적당한 구멍을 찾아보다가 결정하리라 하고 들어오고 말았다. 강당의 시계가 세시를 땅땅 친다. 그가 자리에 누울 때 선비가 돌아누웠다. |
| "어데 갔었니?" |
| "응, 너 안 잤니?" |
| "아니 잤어…… 이제 깨보니 네가 없기에." |
| "변소에 갔댔지." |
| "응." |
| "그런데 선비야, 너 아까 감독이 한 말을 다 곧이들었니?" |
| 그는 이 경우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
| "그건 왜 물어? 갑자기." |
| "아니 글쎄…… 감독의 한 말이 참말일까." |
| "난 몰라, 그런 것……." |
| "선비야! 그런 것을 몰라서는 안 된다. 저 봐라, 지금 야근까지 시키면서도 우리들에게 안남미 밥만 먹이고, 저금이니 저축이니 하는 그럴듯한 수작을 하야 우리들을 속여서 돈 한푼 우리 손에 쥐어 보지 못하게 하고 죽도록 우리들을 일만 시키자는 것이란다. 여공의 장래를 잘 지도하기 위하야 외출을 불허한다는 둥, 일용품을 공장에서 저가로 배급한다는 둥, 전혀 자기들의 이익을 표준으로 하고 세운 규칙이란다. 원유회를 한다느니, 야학을 한다느니, 또 몸을 튼튼케 하기 위하야 운동을 시킨다는 것도, 그 이상 무엇을 더 빼앗기 위하야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작이란다……." |
| 선비는 간난이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런 줄을 아는 바에는 첨부터 공장에 들어오지 말 것이지 왜 서울서 그만두고 이리로 오고서는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런 불평을 토하는가? 하였다. |
| "선비야! 우리들을 부리는 감독들과 그들 뒤에 있는 인간들은 덕호보담도 몇천 배 몇만 배 더 무서운 인간이란다." |
| 간난이는 여공이 들어가던 말까지 하려다가 이런 말은 좀더 기다려서 해주리라 하였다. 선비는 그렇지 않아도 수염을 올려 붙인 호랑이 감독이 자기게로만 눈꼬리를 돌리고 웃는 모양이 무섭고도 보기가 싫었는데 간난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눈매가 곧 눈앞에 나타나 보였다. 그리고 그 감독이 덕호로 변하여지는 것을 그는 가슴이 울울하도록 느꼈다. |
| "선비야! 너 지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분명하지 않지? 좀 지나면 다 안다." |
| 간난이는 선비의 허리를 껴안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감독의 방으로 들어가던 여공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
| 며칠 후에 간난이는 공장 뒷담 밑에 뚫린 수챗구멍으로 긴 나무쪽 끝에 새끼를 매어 밖으로 밀어 내놓았다. |
| 그 후로는 여공들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리 밑에서나 방 한구석에서 이상한 종잇조각을 발견하곤 하였다. 그 종이에는 전날 밤 야학에서 감독이 연설한 것을 한 조목 한 조목씩 띄어 쓰고는 그에 대한 해설이 알기 쉽게 써 있었다. |
| 그들은 이 종잇조각을 발견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재미나게 읽어 보았다. |
| "이애, 이 종이를 누가 들여보내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써 있는 글이 꼭 맞는다야! 감독이 왜 그때 하루에 이십 전씩 상금을 준다고 하더니 어디 상금 주디? 말만 상금이야!" |
| 기숙사 상층 사호실에서 여공들이 자리에 누우며 이런 말을 하였다. |
| "그래 혜영이는 그렇게 일을 잘해두 말이어, 상금 타보지 못했대…… 아이 참 어쩌면 그런 그짓말을 하는지 몰라!" |
| "그래두야, 아이 인물 고운 저 칠호실에 있는 신입생은 벌써 상금을 탔다더라……." |
| "상금을 탔대? 거 누구여." |
| 웃기 잘하는 여공이 이렇게 물었다. |
| "이애는 누구 듣겠구나! 좀 가만히 말하렴." |
| 웃기 잘하는 여공은 킥킥 웃으며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꾹 찔렀다. |
| "누가 듣기는 누가 듣니? 이 밤에." |
| "이애 봐라! 너 감독이 밤마다 순시 돈다. 너 그런 줄 모르니?" |
| "순시 돌면 어때! 이불 속에서 하는 소리가 밖에 나갈까. 좌우간 누구여…… 아, 요새 갓 들어온 예뿐이 말이구나." |
| 기숙사에서는 선비를 예쁜이라고 별명을 지었다. |
| "이애 말 마라. 혜영이가 그러는데 말이야, 바루 혜영이 앞에 신입 여공이 있지 않니? 그런데 그 앞에서 감독이 떠나지를 않고 자꾸만 싱글싱글 웃더래! 아이 참 죽겠어! 그 꼴 보기 싫어! 왜 그때는 용녀를 그렇게 허지 않았니?…… 네……." |
| "흥! 용녀보다 신입 여공이 더 고우니 그렇지. 사실 곱기는 고와요! 내가 남자라도 반하겠더라. 그 눈이며 코를 봐라네." |
| "곱기는 뭣이 고와. 그 손이 왜 그러니. 난 손을 보니 무섭더라." |
| 가는귀 어두운 여공이 이렇게 말하였다. |
| "아따, 이 귀머거리! 뭘 좀 들었나 베…… 히히 후후…… 이 손, 이 손 히히." |
| 가는귀 어두운 여공이 귀에다 손을 대고 듣는 것을, 웃기 잘하는 여공이 손으로 더듬어 보고 이렇게 웃었다. |
| "이애 웃지 마라. 어따! 잘 웃는다, 얼씨구 쟤가 왜 저래?" |
| 가운데에 누운 여공이 웃기 잘하는 여공의 입을 틀어막았다. |
| "그런데 이애 효순아, 이 종이가 어서 누가 이 방에 갖다 줄까? 다른 방에도 오는지 몰라…… 아무래도 그렇지 않으면, 이 기숙사 내에 있는 여공이 그렇게 허는 게야, 필시. 어쨌든 이 종이에 써 있는 것과 같이, 이 공장 내에 있는 여공들이 합심해서……." |
| 여기까지 말한 가는귀 어두운 여공은 가슴이 벅차는 듯하여, 이불을 조금 벗으며 숨을 돌리었다. |
| "이애 말 마라. 나두 서울서 미루꾸 공장에 있을 때, 글쎄 감독놈이 하도 밉꼴스레 굴고, 품값도 잘 안 주어서, 우리들이 동맹파업인지를 일쿠려 안 했니. 그랬더니 그 중에 몇 계집애가 싹 돌아서서 글쎄 감독에게 고해 바쳤구나. 그래서 모두 쫓기어났단다. 그때 나는 다행히 쫓기어나지는 안했으나, 감독놈이 미워해서 견딜 수가 없어야, 그래 나오고 말았다. 뭘 그래 다 그런데……." |
| "그런 계집애들은 모두 죽여 버려! 흥! 그런 것들은 말이다, 감독놈과 연애하는 계집애들이어……." |
| "이거 봐라. 일은 죽도록 하구서는 손에 돈도 쥐어 보지 못하구 우리는 그래 이게 무슨 꼴이냐.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고이 자라 가지고 이 모양을 해! 난 오늘 이 손이 하마트면 와꾸에 끼여 잘라질 뻔하였다. 들어올 때는 누가 이런 줄 알았니?" |
| 그는 손을 볼에 대며 진저리를 쳤다. 핑핑 돌아가는 와꾸를 금방 보는 듯하였다. |
| "이 종이 갖다 주는 사람을 만나 봤으면 좋겠어! 어디 우리 지켜 볼까?" |
| "그러다가 아지 못할 남자면 어떡허니?" |
| 그들은 갑자기 부끄러움과 함께 무시무시한 생각이 그들의 젖가슴을 사르르 스쳐가는 것을 느끼었다. |
| "아, 무서워!" |
| 무의식간에 그들은 꼭 부둥켜안았다. |
| 인부들은 철사 주머니에 돌멩이를 쓸어 넣어서 해면에 동을 쌓으며 한편으로는 흙을 날라다가 감탕밭에 쏟았다. 첫째도 그들 틈에 섞여 흙을 날랐다. 그는 흙을 나르면서도 어젯밤 밤새도록 신철이와 자유노동자의 조직에 대하여 토의하던 것을 생각하였다. |
| 그가 신철이를 만나 본 후로는 세상에 모를 것이 없는 듯하였다. 그가 반생을 살아오면서 막히고 얽혔던 수수께끼는 바라보이는 저 신작로같이 그렇게 뚫려 보였다. 그리고 그가 걸어갈 장차의 앞길까지도 저 길가같이 훤하게 내다보였다. 동시에 칼칼하던 그의 가슴은 햇빛에 빛나는 저 바다같이 그렇게 희망에 들떴다. |
| "여보게, 저거 보게나.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학생들이 통 떨어났는가?" |
| 첫째는 얼른 돌아보았다.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행렬을 지어 이리로 왔다. 그때 첫째의 머리에는 어제 대동방적공장에서 나온 보고서를 신철이가 보고 그에게 이야기해 주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이 아닌가? 신궁에 참배인가를 하러 가느라 구두까지 새로들 지어 신었다지…… 하며 어정어정 걸었다. |
| "이놈들아, 어서 일들이나 해라. 뭘 보느냐." |
| 벌떡벌떡 일어나던 인부들은 감독의 소리에 놀라 도로 허리를 굽히며, |
| "사람 죽인다! 저게 모두 계집이구먼." |
| "이애 이 자식아, 하나 데리고 도망가라, 하하……." |
| 그들은 이렇게 농을 하며 흘금흘금 곁눈질을 하여 지나치는 행렬을 보았다. 그들은 일제히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었으며 검정 구두까지 신었다. 첫째는 흙을 지고 낑낑하며 오다가 참말 여공들이나 아닌가? 하는 의문과 무어라고 형용 못 할 반가움에 흘금 바라보았다. 그때 첫째는 마주치는 시선과 함께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의식간에, |
| "선비?" |
| 하고 중얼거렸다. 상대 여자도 비상히 놀라는 빛을 띠고 멈칫 섰다가 거의 끌리어가는 듯이 차츰차츰 앞으로 나간다. 그 순간 첫째는 흙짐을 벗어던지고 따라가서 그가 참말 선비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발길은 무의식간에 몇 발걸음 나아갔다. |
| "이놈의 자식아, 어서 일해라!" |
| 첫째는 말할 수 없는 섭섭함을 꾹 누르며 감독을 돌아볼 때 가슴이 뛰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거운 발길을 옮겨 놓으며 선비? 선비가 여기를 올 수가 있나? 혹은 덕호가 공부를 시켜? 아니 덕호가 공부를 시켜 줄 수가 있나? 그래도 알 수 없어. 선비가 고우니까, 혹시는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시키는지 아나? 아니어 내가 잘못 본 게지, 선비가 여기를 뭘 하러 온담. 벌써 시집가서 살 터이지…… 하고 다시 한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저들이 방적 여공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젯밤 신철의 말을 다시금 생각하며 불쑥 일어난다. 그러면 선비가 방적공장에 다니는가?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범벅이 되어 일어난다. 그는 감탕밭까지 와서 흙을 쏟으며 다시 바라보니 벌써 그들의 행렬은 월미도 어귀에서 까뭇까뭇하게 사라져 간다. 선비? 여공들? 참말 저들이 여공들인가? 하여간 기다려 보자! 이 뒤로 여공들이 또 지나칠는지 모르니까…… 하였다. 첫째는 그들의 옷차림이 암만해도 여공들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
| 빤히 건너다보이는 월미도 조랑의 붉은 지붕을 바라보는 첫째는, 여공들이냐? 선비냐? 이 두 문제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뒤로 그런 행렬이 또 오는가 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
| "아따, 이 사람아, 뭘 그리 생각하나? 이제 여직공들을 보니 맘이 싱숭생숭……." |
| "여직공! 자네 여직공인 줄 꼭 아는가?" |
| "에이! 미친놈아! 여직공이지 그게 뭣들이냐." |
|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니어?" |
| "아따, 이놈아? 꿈을 꾸나 베…… 인천에서 몹쓸기로 이름난, 수염이 빠딱한 호랭이 감독 지나가는 것도 못 봤구나……." |
| 첫째는 그의 말을 들으며 또 월미도를 바라보았다. 여공들…… 과연 그가 선비인가 하였다. 그들을 여공들이라고 단정하고 나니, 역시 아까 본 선비같이 보이던 그 여자도 확실한 선비 같았다. |
| "이놈? 단단히…… 하하…… 그러니 이게 있어야지, 이놈아." |
| 동무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굽히었다. 첫째는 흙짐을 지고 낑 하고 일어나며 멀리 대동방적공장의 연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검은 연기가 풀풀 흘러나온다. |
|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저 연돌! 그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아뜩하였다. 그가 대동방적공장이 낙성할 때까지 거의 매일 인부로 채용이 되었다. 그때 그는 그 공장 건축만은 아무러한 위험을 느끼지 않았으나 저 연돌을 쌓아 올라갈 때 벽돌 나르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앞이 아찔아찔하고 핑핑 도는 듯하였다. |
| 벽돌 삼십 장씩 지고 휘청휘청하는 나무판자 다리로 올라갈 때 나무판자가 금방 부러지는 듯하여 굽어보면 몇십 장이나 되어 보이는 아득아득한 지하가 마치 깊은 호수를 들여다보는 듯이 핑핑 돌았다. 동시에 그의 다리가 풀풀 떨리며 머리털끝이 전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앞이 캄캄하여 한참씩이나 정신을 가다듬어 올라가노라면 그 연돌이 움실움실 확실히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만큼 위험을 느끼는 데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연돌의 높이가 높아 갈수록 명확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때마다 그는 이 연돌이 금방 쓰러지는 듯하고 그가 연돌과 함께 저 지하에 떨어져 죽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
| 그렇게 위험을 느끼면서도 그는 아침이면 번번이 그 나뭇길을 다시 올라가곤 하였다. 그때마다 에크! 내가 여기를 또 왔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곤 하였던 것이다. |
|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할 때, 그가 지금 연돌 위에 올라선 듯하여 무의식간에 우뚝 섰다. 그리고 등에 진 흙짐이 흡사히 벽돌 같아 등허리에서 땀이 버쩍 났다. 따라서 손발이 가늘게 떨리므로 그는 사면을 휘 돌아보고 눈을 감아 겨우 정신을 진정하였다. 그는 그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 연돌만은 그의 머리에서 빼낼 수가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발견하였다. 보다도 요즘 꿈속에 그 연돌을 보는 것이 아주 질색이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그 연돌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이다. 저 연돌! 바라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저 연돌! 그때! 저 연돌에서 떨어져 죽은 동무도 몇몇이었던가? 하루의 임금에 몸뚱이와 내지 생명까지 그들에게 맡기어 버리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
| 첫째는 또다시 여공들과 선비를 생각하였다. 이렇게 해종일 선비를 머리에 그리며, 아까 본 것이 선비냐? 선비가 아니냐? 하고 다투며 일을 끝내고 그는 늦어서야 인천 시가로 돌아왔다. 그가 국밥집까지 왔을 때 그들의 동무들은 벌써 노동시장으로부터 돌아와서 국밥을 먹으며 혹은 막걸리를 들이마시며 농을 주고받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안을 얻는 곳이란 이 국밥집이며, 동시에 막걸리나마 얼근히 먹고 나서 농지거리나 하는 것이다. |
| 첫째는 우선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나서, 펄펄 끓는 국밥을 단숨에 먹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돌아보았다. 그는 신철이를 알면서부터 웬일인지 이렇게 사람 많이 모인 곳에 오게 되면, 벌써 저들 중에 스파이가 섞여 있지나 않나? 하는 불안이 들곤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거리로 나오게 되면 양복이나 말쑥하니 입은 사람을 보면 또한 이러한 생각이 들곤 하였다. 어쨌든 신철이와 자기와 함께 노동시장에서 노동하는 동무 약간을 제하고는 모두가 그의 눈에 그러하게 비쳐졌던 것이다. |
| 한참이나 둘러본 그는 비로소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뜨뜻한 이 방에서 한잠 자고 그의 숙박소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방 안은 쩔쩔 끓었다. 그리고 술내가 가는 연기처럼 떠돌았다. 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목침을 얻어 베고 누우니, 아까 낮에 본 여공들의 긴 행렬이 떠오르며, 선비가 나타난다. 그가 참말 선비인가? 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밖으로부터 그의 동무가 무어라고 떠들며 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
| "아따! 이놈 보게, 벌써 자네. 이애 이놈아!" |
| 첫째의 궁둥이를 발길로 차는 바람에 첫째는 눈을 번쩍 떴다. |
| "이놈아! 좀 가만히 있어라! 나 좀 자자." |
| 동무는 술이 취하여 비칠비칠하며 첫째를 흘겨보았다. |
| "이놈, 요새 한턱도 안 내구, 오늘 돈 얼마 벌었냐? 술 한잔 사내라. 이놈 돈 내, 돈." |
| 머리를 기울기울하더니 펄썩 주저앉았다. 그의 옷갈피서는 가는 모래가 부슬부슬 떨어진다. |
| "허허…… 이 자식아! 공장 계집애들! 아 그게 다 계집이어…… 이애, 사람 죽인다. 허허……. |
| 오동동 추야에 |
| 달이 동동 밝은데 |
| 임의 동동 생각이 |
| 저리 둥둥 나누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