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제 - 17

"그런데 어데가 아프시유?"
이서방은 역시 아무 말이 없다. 그때에 첫째 어머니는 겁이 나서 바싹 다가앉아서 그의 머리를 짚어 볼 때 방 안이 캄캄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불이나 좀 켰으면 좋겠는데…… 기름이 있어야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서방은 으흠 하고 돌아누웠다.
"첫째는…… 첫째는."
이서방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겁나던 것이 조금 덜리는 듯하였다.
"어디 아푸, 왜 그러우?"
"고뿔에 걸렸수."
"고뿔이요…… 그래 못 왔구려."
그때 뒷문이 부시시 열리며,
"이서방 왔수?"
첫째가 묻는다.
"그래 너……."
그 다음 말은 하지 못하고 우는 모양이다. 첫째는 적이 안심하고 들어왔다.
"어머이, 밥!"
첫째 어머니는 밥그릇을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 이서방은,
"내 자루에 밥 있다!"
눈물을 씻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부엌으로 나가서 나무 한 뭇을 더 넣고 들어왔다.
그 밤을 무사히 지낸 그들은 다음날 정오쯤이나 되어 눈을 떴다. 방문에는 햇빛이 발갛게 비치었다. 첫째는 머리를 넘성하여 이서방을 보았다. 본래부터 뼈만 남았던 그가 한층 더하여 마치 해골을 대하는 듯하였다.
"이서방!"
"왜."
감았던 눈을 번쩍 뜬다. 어젯밤 덥게 자서 그런지 오늘은 덜 아파하는 것 같았다.
"어데 가서 그렇게 안 왔수."
첫째는 원망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난 아파서 죽을 뻔하였다…… 네가 기다리는 것을 뻔히 알지만, 몸을 운신하는 수가 있드냐. 그러구 그 나쁜 놈의 애새끼들이 내 나무다리를 얻다가 감추고 주어야지…… 흠!"
한숨을 푹 쉬며, 첫째를 바라보는 그 눈에는 세상을 원망하는 빛이 가득하였다. 첫째는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그리고 이서방이 없는 동안에 자기가 당한 일을 얼핏 생각하였다. 불과 사오 일 동안이건만, 몇십 년 동안이나 지난 것처럼 지리하고 아득해 보였다.
첫째 어머니는 불을 한 화로 담아 가지고 들어온다. 방 안이 훈훈해지는 것을 그들은 느꼈다. 이서방은 그의 동냥자루를 보았다.
"첫째 떡 구워 주."
떡이란 말에 첫째는 구미가 버쩍 당기어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커먼 자루 안에서 한 개씩 꺼내 놓는 떡을 얼른 집어 뚝뚝 무질러 먹었다.
"이애 궈먹어라."
첫째 어머니는 불 속에 떡을 집어넣는다.
이서방은 물끄러미 이것을 바라보며 가슴이 후련해졌다. 어젯밤 그가 떡자루를 목에 매달고 눈 위를 기어올 때는, 그만 머리가 떨어지는 듯하고 숨이 차서 떡자루를 몇 번이나 내버리려다가도, 집에서 첫째와 첫째 어머니가 배를 곯아 가며 이 떡덩어리를 눈이 감기도록 기다리고 앉았을 생각을 하고는, 가다가 죽더라도 이 자루는 가지고 가야 한다 하고 필사의 힘을 다하여 가져온 저 떡! 그들 모자가 그 떡을 저 화롯불에 넣고, 어서 익으면 먹겠다고 머리를 기웃하여 화로만 들여다보는 저 모양! 이서방은 이젠 이 자리에서 숨이 끊어져도 원통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지금 먹을 것을 앞에 논 저들을 보고 그만 죽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젠 더 밥을 얻으러 다니기도 괴로워서 못 견딜 지경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그는 무의식간에 다리를 만져 보다가,
"그놈의 새끼들! 글쎄, 남의 다리는 왜 가져가."
그때 다리를 빼앗기던 장면이 휙 떠오른다.
"누가 다리를 앗아 갔수?"
"애새끼들이 나 연자방앗간에 누웠는데 달려들어 오더니 글쎄 그것을 빼앗아 갔지! 흥 그놈의 새끼들."
"그놈의 새끼들을 그대로 둬요? 모두 목을 꺾어 주지!"
첫째는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하였다. 첫째 어머니는 첫째를 노려보았다.
"이애! 너두 그 버릇 좀 고쳐라! 툭하면 목을 부러친다는 말은 그 웬 수작 따위냐?"
"아 그래, 그따위 새끼들을 그만두어야 옳겠수?"
"세상에 옳은 일은 다 맘대루 하는 줄 아니? 흥 저놈의……."
그때 모자의 머리에는 어젯밤 일이 휙 지나친다. 첫째는 머리를 푹 숙였다. 그리고 한참이나 화로를 들여다보던 그는 머리를 들며,
"이서방, 법이 뭐나?"
뜻하지 않은 이 말에 이서방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법?"
첫째는 이서방이 알아듣지 못한 것을 알고, 무엇이라고 설명하여 깨치어 주렸으나,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 멍하니 바라보았다.
"법이 무슨 말이야, 법?"
이서방은 안타까워서 또다시 채쳐 묻는다.
"아니 왜 법이라구 있지, 왜."
"아? 이애 똑똑히 말해, 법이 뭐냐?"
그의 어머니도 첫째를 바라본다. 첫째는 눈살을 찌푸렸다.
"모르겠으면 그만두!"
소리를 가만히 치고 나서 화롯불을 헤치고 떡을 꺼내 먹는다. 첫째 어머니는 그중 말큰말큰하게 익은 찰떡을 골라 이서방을 주었다. 이서방은 받아서 한 입 씹을 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첫째 어머니도 이 모양을 바라보며 목이 메어 울었다. 첫째는 휙 돌아앉았다.
"울기는 왜들 울어, 정 보기 싫어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빨간 문을 시름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원소에서 빨래하던 선비가 보인다. 그리고 그날 군수가 연설하던 말이며 개똥네 집에 밥 얻어먹으러 갔던 것, 길에서 덕호를 만나던 일이 휙휙 지나친다.
"법이 무슨 말이냐?"
이서방이 다시 묻는다. 첫째는 얼른 돌아보았다.
"참 답답해 죽겠수, 왜 법에 걸리면 주재소에 잡혀가지 않우."
첫째는 전신에 소름이 쭉 끼쳐진다.
첫째는 법을 설명하느라 이렇게 말하는 새,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역시 법에 걸린 노릇임을 가슴이 뜨끔하도록 느꼈던 것이다. 그의 가슴에는 또다시 그 실뭉치가 욱 쓸어 올라온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던 말이 얼핏 생각힌다. "배가 고파서 헐수할수없이 그랬다!" 역시 자기도 배가 고프니 헐수할수없이 그랬다. 그러나 법에는 걸려들 일이다. 그때는 배고픈 차라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 없이 그저 답답히 먹을 것만 찾기에 몰랐으나 이렇게 떡이며 밥을 먹고 나니 자신은 법에 걸릴 노릇을 또 한 가지 하였던 것이다.
이서방은 그제야 알아는 들었으나 뭐라고 설명할 아무것도 없다.
"법이 법이지 뭐냐, 본래 법이란 것이 있느니라."
"그저 본래부터 있는 게나?"
"암! 그렇지! 그저 법이니라."
이서방은 이 법이란 것이 어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나기 전부터 이 세상에는 벌써 이 법이란 있었던 것같이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첫째는 한층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동시에 벗어나지 못할 철칙인 이 법! 어째서 자기만이, 아니 그의 앞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서방, 그의 어머니만이 여기에 걸려들지 않고는 못 견딜까……?
그는 이러한 생각에 그의 온 가슴은 뒤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쌀 잃어버린 집에서는 지금쯤 떠들 것이다. 물론 주재소에 가서 도적맞았다는 말을 하였을 터이지…… 순사는 조사하러 떠났는지도 모른다. 보다도 우리집 문밖에 서 있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생각을 하며 문 편을 흘금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도 순사가 오는 것 같고, 이서방이 뒤쳐만 누워도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듯하여 첫째는 그 큰 눈을 둥그렇게 뜨고 흘금흘금 문 편을 바라보곤 하였다.
이렇게 가슴을 졸이면서도 첫째는 또다시 이 노릇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였다. 그래서 밤마다 그는 나가곤 하였다. 이서방과 그의 어머니는 첫째를 대하여 아무 말도 못 하면서도 날이 갈수록 가슴만은 바짝바짝 타들어 왔다.
어떤 날 밤에 첫째가 들어왔을 때 이서방은 그의 곁으로 바싹 앉았다.
"첫째야! 너 그만 이 동네를 떠나라!"
첫째는 씩씩하며,
"왜?"
"왜는 왜! 떠나야 하지, 여기만 사람 사는 데냐…… 말 들으니, 서울이나 평양에는 공장이라는 것이 있어 가지고, 우리같이 없는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 돈 받고 일하며 살기 좋다더라. 너두 그런 곳에나 가보렴."
오늘 낮에 순사가 왔다 간 후로 이서방은 번쩍 더 겁이 났다. 그리고 첫째가 이 밤으로라도 잡힐 것만 같았던 것이다.
"나는 이웨…… 이렇게 병신이니까, 어데를 못 가나 너같이 다리만 성하다면 이 구석에만 박혀 있겠니."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옳은 듯하였다.
"이서방 꼭 알우? 뭐…… 응…… 공장이라는 것이 있는 것을 꼭 알어?"
"내니 똑똑히야 알겠니……마는 서울이나 평양에서 온 동무들이 그렁하두나! 그들도 젊었을 때는 모두 공장에 다니다가 늙으니까 그만두고 나와서 얻어먹누라고 허더라."
"그럼 나가 보겠수!"
공장에서 돈 받고 일한다는 말을 들으니 그의 캄캄하던 앞길에는 다시 서광이 환하게 비쳐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시라도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벌떡 일어났다.
"이서방, 난 그럼 이번 나가서는 평양이나 서울까지 가보겠수."
이서방은 그가 불시에 잡힐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하였으나 금방 떠나겠다는 말을 들으니 앞이 아뜩해졌다.
"뭐 그렇게 가?"
"가지! 그럼…… 몰라서 이런 곳에 있지."
그는 밖으로 나가며,
"이서방 잘 있수. 내 돈 많이 벌어 가지고 올게…… 어머이보군 잠자꾸 있수……."
이서방은 요새 첫째가 만들어 준 나무다리를 짚고 그의 뒤를 따랐다.
"이애 나두 잘 몰라, 공장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그러니 내가 읍에 들어가서 잘 알아보고 떠나라. 그저 가기만 하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첫째는 아무 말 없이 달아난다. 이서방은 기가 나서 쫓아간다. 이제 떠나면 다시 볼지 말지 한 첫째! 그는 마지막으로 손이라도 잡아 보고 싶은 맘에 허둥지둥 동구 밖을 벗어났다. 그러나 첫째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저 산등 위로 그믐달이 삐죽이 내밀었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푹푹 내리는 십이월 이십오일 아침, 용연 동네는 높은 집 낮은 집 할 것 없이 함박꽃 같은 눈송이로 덮였다.
이윽고 종소리는 뎅그렁뎅그렁 울려 온다. 그 종소리는 흰눈을 뚫고 멀리멀리 사라진다.
"이애, 벌써 종을 치누나."
옥점 어머니는 말큰말큰한 명주옷을 갈아입으며 곁에서 그에게 옷을 입혀 주는 선비를 보고 속히 입히라는 뜻을 보였다. 그는 치마를 입히고 나서 저고리를 들었다. 옥점 어머니는 입었던 저고리를 얼른 벗었다. 그의 토실토실한 어깨 위는 둥그렇게 드러났다.
"내 딸 용키는 해! 벌써 내 뜻을 알고 따땃이 해두었구나."
아랫목에 미리 놓아 두었던 것이므로 잔등이 따뜻하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덕호가 들어왔다.
"당신은 안 가려우?"
덕호는 아랫목에 와서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사무는 안 보고 갈까?"
"이렇게 기쁜 날 사무 좀 보지 않으면 못 쓰우, 뭐."
웃음을 머금고 옥점 어머니는 덕호를 쳐다보았다. 간난이를 내쫓은 후부터는 별로이 싸우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