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 덕호가 들어온다. 옥점 어머니는 헬금 쳐다보았다. 덕호가 첩네 집에만 묻히어 있는 까닭이다. |
| "아니 당신도 우리집에 올 줄 아우?" |
| 덕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옥점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
| "저년 때문에 우리집에 무슨 일이 나구야 말 테야. 에이 보기 싫어서!" |
| 재봉침을 굴리는 선비의 뒷모양을 흘금 바라보며 덕호는 마루로 올라왔다. |
| "옥점이가 아프다고 편지했어…… 집에서 저년이 생긴 흉조를 다 부리고 있으니 그런 일이 안 날 탁이 되나?" |
| 편지를 거지에서 꺼내어 휙 팽개친다. 옥점 어머니는 비상히 당황하여 편지를 주워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
| "어디 좀 똑똑히 보우, 흘려 써서 난 잘 모르겠수. 어데가 아프다고 했수?" |
| 덕호는 아내의 주는 편지를 받아 읽어 들렸다. 옥점 어머니는 금시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
| "아이고 저를 어쩌면 좋우. 내 글쎄 요새 며칠 꿈자리가 사납더니 저 모양이구려. 내가 갈까요?" |
| "자네가 가서 뭘 알겠나, 내가 가야지. 어서 펄펄 옷 준비를 해." |
| 어느 사이에 부부의 노염은 풀어지고 말았다. 옥점 어머니는 안방으로 들어가며, |
| "이애 그것은 그만두고 이걸 해라. 그리고 할멈은 어서 숯불 좀 피우." |
| 선비는 하던 일감을 착착 개어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
| "이걸 펄쩍 동정을 달아…… 언제 이제 떠날 차가 있수?" |
| 기웃하여 들여다보는 덕호를 쳐다보았다. |
| "차가, 웬 차가, 자전거로 읍까지 가면 그게서야 떠날 차가 있겠지." |
| 선비는 동정을 시침하며 옥점의 그 둥글둥글한 눈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나 이렇게 집에서 걱정해 줄 아버지 어머니를 가진 옥점이가 끝없이 부러웠다. |
| 그리고 어디가 몹시 아파도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줄 사람조차 없는 자기의 외로운 신세가 새삼스럽게 더 슬펐다. |
| "나 서울 떠나면 선비는 아랫집 가서 자게 하여라." |
| "어딜 누가 가는 게요, 선비를 왜……?" |
| 옥점 어머니는 말을 중도에 끊으며 당장에 뾰로통해진다. |
| "아, 저년이 길 떠나랴는데, 웬 방정을 저다지 떨어. 이애 이년아……." |
| 턱을 철썩 받친다. 선비는 근심스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덕호는 흘금 선비를 보며 물러앉았다. |
| "글쎄 저런 맥힌 년이 어디 있겠니." |
| 옥점 어머니는 뭐라고 대답을 하려다가 그만 참았다. |
| 검정이가 쫓기어 들어오며 컹컹 짖었다. |
| 중대문이 열리며 옥점이가 들어온다. |
| "어머니!" |
| 옥점 어머니는 딸의 음성에 질겁을 하여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의 목을 얼싸안고 목을 놓아 울었다. 옥점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낯모를 양복쟁이는 모녀를 바라보며 머뭇머뭇하고 섰다. |
| 덕호는 마루 위에 서서, |
| "아니 이게 웬일이냐, 언제 떠났느냐. 전보를 치고 올 것이지, 아프다더니……?" |
| 옥점이는 달려와서 덕호의 손을 쥐며, |
| "아버지, 저이가 우리 학교 선생님의 자제인데, 저 몽금포에 해수욕 오던 길에 나를 만나서 그래서 우리집에 잠깐 들러 가시라고 해서 오셨다우." |
| 덕호는 처음엔 웬 양복쟁인가 하고 적지 않게 불안을 가졌으나 자기 딸이 배우는 선생님의 아들이라고 하니 퍽으나 안심되었다. |
| 옥점이는 양복쟁이를 바라보며, |
| "우리 아버지여요." |
| 생긋 웃었다. 양복쟁이는 머리를 번쩍 들며 모자를 벗어 들고 덕호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사를 하였다. |
| "이렇게 다 오셔야 만나 보지유. 어서 들어오시우." |
| 덕호는 앞을 서서 들어간다. 그들은 뒤를 따랐다. 옥점 어머니는 옥점의 앞에 서서 들어가는 양복쟁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도 저런 아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되었다. |
| "아가, 어디 아프댔니? 아버지가 방금 너한테 가시랴댔다." |
| 옥점 어머니는 마루에 올라서며 이렇게 물었다. 옥점이는 얼굴을 좀 붉히는 듯하면서, |
| "어머니두 밤낮 아기, 아가…… 그게 무슨 말씀이야요." |
| 그들은 일제히 웃었다. 옥점이는 아버지와 양복쟁이를 번갈아 보았다. |
| "아버지, 나두 몽금포 갈 테야요." |
| 덕호는 옥점의 얼굴빛을 자세히 살피며, |
| "어디 아프다는 것은 좀 나으냐. 네 몸만 든든하거던 아무 데라도 가렴." |
| 옥점이는 생긋 웃으며 양복쟁이를 쳐다보다가 무슨 생각을 하고, |
| "어머니, 선비가 내 방에 와서 있다구?" |
| "그래……." |
| "애이…… 난 몰라, 난 어데 있으라누." |
| 금시 새침을 뗀다. 덕호는 옥점이를 보며, 이런 때에 옥점이는 제 어미와 어쩌면 그다지도 꼭 닮았는지…… 하였다. |
| "이애야, 그럼 선비는 이 방에 있게 하자꾸나." |
| 덕호는 웃으며 양복쟁이를 보았다. |
| "저것이 아직도 어린애같이 굽니다그리, 하하." |
| 양복쟁이도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이 집에서 옥점이를 어떻게 귀여워하는 것을 잠시간이라도 알 수가 있다. |
| "선비야, 점심 해라." |
| 어머니 말에 옥점이는 벌떡 일어나며, |
| "정말 선비가 우리집에 와 있수, 어디?" |
| 뛰어나가는 옥점이는 건넌방 문 앞에서 선비와 꼭 만났다. |
| "선비야 잘 있었니?" |
| 선비는 옥점의 손을 쥐려다 물큰 스치는 향내에 멈칫하였다. |
| 그러자 두 볼이 화끈 다는 것을 느꼈다. |
| "애이, 선비 너 고왔구나, 어찌면 저렇게……." |
| 옥점이는 무의식간에 흘금 뒤를 돌아보았다. 안방의 세 사람의 눈이 이리로 쏠린 것을 보았을 때 이때껏 느껴 보지 못한 질투 비슷한 감정이 그의 눈가를 사르르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그의 얼굴까지 화끈 달았다. |
| 옥점이는 냉큼 돌아섰다. 선비는 머리를 푹 숙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할멈은 김칫감을 다듬다가 선비를 쳐다보며, |
| "아니 그 사내 사람은 누군고?" |
|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남의 사내와 같이 다니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
| "모루지요." |
| 아까 옥점이가 그의 아버지에게 양복쟁이를 소개하던 것을 얼핏 생각하였다. |
| "점심 하래요." |
| "뭐 점심을……? 밥이 가뜩한데 웬 밥을 또 하래 응. 그 사내를 해 먹이려는군." |
| 선비는 솥을 횅횅 가시며 옥점의 분 바른 얼굴과 양장한 몸 맵시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화로에서 피어나는 숯불을 보았다. |
| 옥점 어머니가 내다보며, |
| "이애, 닭 두 마리 잡고 해라." |
| "네." |
| 옥점 어머니는 이렇게 이르고 나서 들어갔다. 훌훌 하는 가벼운 소리에 선비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
| 제비 한 마리가 부엌 천장을 돌아, 살대같이 그 푸른 하늘을 향하여 까맣게 높이 뜬다. 선비는 한숨을 가볍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 하늘을 보는 듯하였다. |
| "이애, 닭을 두 마리나 잡으라지?" |
| 할멈은 아궁에 불을 살라 넣으며 선비를 쳐다본다. 그리고 눈가로 가는 주름을 잡히며 웃는다. 그는 언제나 닭을 잡게 되면 살을 다 바른 닭의 뼈를 먹기 좋아하였다. |
| 꼬꾸댁! 꼬꾸댁! 닭 우는 소리에 선비는 놀라서 물 묻은 손으로 행주치마에 씻으며 뒷문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가 허청간까지 달려오니, 닭은 꼬꾸댁 소리를 지르며 둥우리 안에서 돌아가다가, 선비를 보고 푸르릉 날아 내려온다. 뒤이어 닭의 똥 냄새가 그의 얼굴에 칵 덮씌운다. 그리고 닭의 털이 가볍게 일어난다. |
| 선비는 기침을 하며 섰다가, 닭이 없어진 후에 둥우리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금시 닭이 낳아 논 달걀이 선비를 보고 해쭉 웃는 듯하였다. 그는 상긋 웃으며 달걀을 둥우리 안에서 집어내었다. 아직도 달걀은 따뜻하다. |
| "이전 마흔 알이지." |
|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나왔다. |
| 유서방은 풋병아리 두 놈을 잡아 목에 피를 내어 가지고 들어오다가 선비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
| "달걀 또 낳았니?" |
| "네." |
| 선비는 이 따뜻한 달걀을 누구에게든지 보이고 싶어 쑥 내밀었다. |
| "쟨 달걀을 여간 좋아하지를 않어." |
| 할멈은 유서방이 들고 들어온 닭을 뜨거운 물에 쓸어 넣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
| "할머니, 이것까지 하면 지금 마흔 알이야요." |
| "그래 좋겠다! 그까짓 것 그리 알뜰하게 모아서 소용이 무언가." |
| 할멈은 가만히 말하였다. 선비도 이 말에는 어쩐지 가슴이 찌르르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이고 또다시 달걀을 들여다보니 볼수록 귀여웠다. |
| 선비는 소리 없이 광문을 열고 들어갔다. 곰팡이 냄새가 훅 끼친다. 그는 독 위에서 달걀 바구니를 내려 들여다보았다. 똑같은 달걀이 바구니에 전과 같이 그뜩하였다. 그는 들고 들어간 달걀을 조심히 올려놓으며 "마흔 알이지" 하고 다시 한번 더 뇔 때, 문틈으로 비쳐 들어오는 광선은 그의 손가락을 발갛게 하였다. 그는 바구니를 쓸어 보고 부엌으로 나왔다. 그리고 닭의 털을 뽑는 할멈 곁에 앉았다. |
| 그들이 점심을 다 해서 퍼들이고 부뚜막에서 밥을 먹을 때 덕호가 들어왔다. |
| "선비야, 안방으로 들어가 먹어라, 응." |
| 선비는 일어나며, |
| "좃습니다." |
| "아, 왜 말을 안 들어. 어서 가지고 들어가 옥점이와 같이 먹지." |
| 너무 서두는 바람에 선비는 술을 놓고 말았다. 덕호는 암만 말해야 쓸데없을 것을 알고, |
| "아 그전에도 부엌에서만 먹었니?" |
| 이렇게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무어라고나 하는지, 옥점 어머니의 쨍쨍 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
| "그애는 밤낮 그 모양이야 말요, 해야 들어야지요. 원체 질기기가 쇠가죽 이상인데." |
| 선비는 얼굴이 화끈 달았다. 그리고 닭의 뼈나마 빨아 먹은 물이 도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