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제 - 03

집안 살림 명색치고 단 두 간살이를 하더라도 시재 돌멩이 하나 놓일 자리에 놓여야 하고 새끼 한 오라기 헛되이 버릴 것이 없었다.
남편의 생전에는 뜰을 쓸어 치는 비 같은 것이나 벽을 바르는 매흙이나는 그런 줄을 모르고 되는 대로 쓰고 버리고 하였건마는 지금에는 그것조차도 마음놓고 쓸 수도 없거니와 손수 마련치 않으면 쓸 것도 없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하며 이엉초는 또 누구의 손을 빌려 저 지붕에다 올려 펼까 하는 걱정이 불쑥 일어난다. 지붕 해 이을 새끼는 그가 며칠 밤 자지 못하고 꼬아서 네 사리나 만들어 두었고, 이 이엉 엮는 것도 내일까지면 마칠 것이나 지붕 한복판에 덮는 용구새 트는 것이라든지 이엉초를 지붕 위에 올려 펴고 새끼로 얽어매는 것 같은 것은 남정들의 손을 빌려야 할 것이었다.
그는 속으로 누구의 손을 좀 빌릴까…… 하고 두루두루 생각해 보다가, 에라 되든지 안 되든지 내가 그만 이어 볼까 하고 흘금 지붕을 쳐다보았다.
작년에 한 해를 건넜음인지 우묵우묵 골이 진 그 새에 풀이 이따금씩 파랗게 보인다. 그는 벌컥 일어나며,
"왜 날 두고 혼자 갔누?"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머리를 돌려 저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 얌전하게 돌아앉은 작은집과 큰집! 모두가 말쑥하게 새로 이엉을 해 이었다.
그 위로 햇빛이 노랗게 덮이었다.
쨍쨍히 내리쬐는 봄볕을 받아 샛노랗게 빛나는 저 지붕과 지붕! 얼마나 저 지붕들이 부럽고도 탐스러운 것이냐!
그는 눈을 꾹 감았다. 그러나 그 지붕들은 점점 더 또렷또렷이 나타나 보인다. 그리고 그 지붕 새로 굵단 남편의 손끝이 스르르 떠오른다. 그리고 임종시까지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끼르륵 하고 숨이 넘어가던 그!
그의 남편 김민수는 위인 된 품이 몹시도 착하고 정직하였다. 그러므로 정덕호 앞으로 몇십 년의 부림을 받았어도 일동전 한닢 축내지 못하는 것이 그의 특성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몸이 고달프더라도 덕호의 명령이라면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덤벼들곤 하였다.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까지도 민수를 믿어 왔으며 덕호 역시 믿었다. 그러므로 거액의 돈받이 같은 것은 일부러 민수에게 맡기곤 하였다.
이렇게 지내기를 근 이십 년이었던, 지금으로부터 팔 년 전 겨울이었다. 바로 선비가 일곱 살 잡히던 때였다.
그날―--- 아침부터 함박눈이 부슬부슬 떨어진다. 이날도 민수는 일찍 일어나서 덕호네 집으로 왔다. 그래서 안팎 뜰을 쓸고 소 여물까지 끓여 놨을 때 덕호는 나왔다.
"자네 오늘 방축골 좀 다녀오겠나?"
민수는 머리를 굽실해 보이며,
"다녀옵지유."
"좀 이리 오게."
덕호는 쇠죽간을 거쳐서 사랑으로 들어간다. 그도 뒤를 따랐다. 덕호는 아랫목에 놓아 둔 문갑을 뒤져 장부를 꺼내 놓고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아니 방축골 그놈이 근 오십 원이나 되네그리…… 자네가 가서 꽤 받을까? 그놈은 몹시 질긴데."
민수는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있다. 덕호는 안타까운 듯이,
"가보겠나, 어떻게 하겠나? 가서 받지 못할 바에는 꼴찌아비를 보내겠네, 응 말을 해."
민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얼굴이 뻘개지며 머뭇머뭇한다.
"에이그 저 사람! 왜 그렇게 사람이 영악지를 못해…… 좌우간 갔다 오게. 그러구 말이야, 이번에 안 물면 집행하겠다고 말을 똑똑히 좀 해, 그러구 좀 단단히 채여."
덕호는 살기가 얽힌 눈을 똑바로 뜨고 민수를 바라본다.
"가는 김에 명호와 익선이도 찾어보게."
"네."
"그럼 오늘 꼭 가게."
덕호는 다시 한번 다지고 나서 장부를 문갑 안에 넣고 일어선다. 그리고 잔기침을 두어 번 하고 밖으로 나간다. 민수는 곧 그의 뒤를 따라나왔다. 가마 부엌에서 여물 끓인 내가 구수하게 났다.
민수는 여물을 푹 떠가지고 외양간으로 가니 벌써 소는 냄새를 맡고 부시시 일어나 구유 곁으로 나온다. 그리고 더운 김이 뭉클뭉클 오르는 여물을 맛이 있게 먹는다.
여물을 다 퍼 지르고는 민수는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함박눈은 소리 없이 푹푹 쏟아진다. 그는 근심스러운 듯이 하늘을 쳐다보며,
"눈이 오는데……."
이렇게 중얼거렸다.
집까지 온 민수는 신발을 부덕부덕하였다. 선비 어머니는 의아한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시려나요, 뭐?"
"음, 저기 돈 받으러."
"아, 뭐 오늘 같은 날에요."
"왜 오늘이 어떤가? 이렇게 함박눈 오는 날이 오히려 푸근하다네."
옆에서 말똥말똥 바라보던 선비는 얼른 일어나 아버지 품에 안기며,
"아버지 나두 가, 응."
머리를 갸웃하고 들여다본다. 민수는 딸을 꼭 껴안으며 밥상에 마주앉았다. 그리고 밥을 좀 뜨는 체하고 곧 일어났다.
"내 가면 며칠 될 것이니 그 동안 선비 잘 간수하게. 불도 뜨뜻이 때고."
"눈 오는 날 가실 게 뭐야요…… 다른 사람의 몸은 몸이 아니고 쇳덩인 줄 아나 베."
선비 어머니는 주인 영감을 눈앞에 그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그 사람…… 별소리 다 해."
민수는 눈을 크게 떴다. 선비 어머니는 얼굴이 빨개지며 선비의 손을 어루만진다. 민수는 선비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본 후에 문을 열고 나섰다. 눈빛에 눈허리가 시큰시큰하였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아내의 인사를 귓결에 들으며 민수는 성큼성큼 걸었다. 한참이나 수굿하고 걷던 그는 선비의 울음소리에 휙근 돌아보니 선비가 눈 속으로 뛰어온다.
민수는 선비를 바라보고 무의식간에 몇 발걸음 옮겨 놓았을 때 선비 어머니는 선비를 붙들어 안으며 우두커니 섰다. 민수는 두어 번 손짓을 하여 들어가라는 뜻을 보이고 돌아섰다.
아까보다 눈은 점점 더 많이 쏟아진다. 함박꽃 같은 눈송이가 그의 입술 끝에 녹아지고 또 녹아졌다. 그때마다 그는 찬 냉수를 마시는 듯하여 가슴이 선뜻하곤 하였다.
길이란 길은 모두 눈에 묻혀 버리고 길가의 낯익은 나무들도 눈송이에 흐리었다. 그리고 그 높은 불타산도 뿌옇게 보일 뿐이다.
민수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 한참이나 밭고랑으로 혹은 논둑을 밟다가 동네를 짐작하고야 길을 찾곤 하였다. 그리고 눈에 젖었던 신발은 얼어서 대그럭 소리를 내었다. 이렇게 눈 속에 푹푹 빠지며 민수가 간신히 몇 집을 둘러 방축골까지 왔을 때는 벌써 그가 집에서 떠난 지 이틀째 되는 황혼이었다.
"주인 계시우?"
걸레로 한 주먹씩 틀어막은 문을 열고 나오는 주인은 민수를 보자 한층더 얼굴이 허옇게 질린다.
"이 눈 오는데 어떻게 여기를…… 어서 들어가십시다."
민수는 방 안으로 들어가니 너무 캄캄해서 지척을 분간하는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다가 가만히 떠보니 숨이 답답해지며 차라리 오지 말았더면…… 하는 후회가 곧 일어난다. 그리고 이 저녁거리나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참 이 눈 오는데…… 제가 한목 들어가려고 했지마는 너무 오래 빈말로만 올려서 어디…… 참 오작이나 치우셨습니까."
주인은 어느 것부터 먼저 말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었다.
"여보게 저녁 진지 짓게, 뭐 찬이 어디 있어야지……."
그의 아내는 머리를 내려 쓸며 부시시 일어 나간다. 민수는 정신을 가다듬어 아랫목을 바라보았다. 시커먼 누더기 속에서 조잘조잘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며 누더기가 배움하고 열리더니 까만 눈알이 수없이 반들거렸다. 그리고 킥킥 웃는 소리가 난다. 몇 아이나 되는지 모르나 어쨌든 한두 아이가 아님은 즉시 알았다.
이 저녁부터는 바람까지 일었는지 바람소리가 휙 몰려갔다가 몰려온다. 그리고 문풍지가 드르릉드르릉 울리며 눈보라가 방 안으로 스르륵 몰려들었다. 민수는 방 안에 앉았느니보다 차라리 밖에 어떤 토굴 같은 곳이 있으면 그리로 나가서 이 밤을 지내고 싶은 맘이 부쩍 들었다. 그러나 이 밤에 어디가 토굴이 있는지를 모르고 무턱하고 나갈 수도 없어서 맘을 졸이며 앉았노라니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고, 더구나 이 밤새에 몇 사람의 죽음을 볼 것만 같았다.
밥상이 들어온다. 민수는 배고프던 차에, 한 술 떠보리라 하고 술을 드니, 밥이 아니라 죽이었다. 조죽에 시래기를 넣어서 끓인 것이다. 민수는 비록 남의 집을 살았을지언정, 일생을 통하여 이러한 음식을 먹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조겻내까지 나서 그의 비위에 몹시 거슬리나 꾹 참으며 국물을 후루루 들이마셨다.
그때 아랫목에서 애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엄마 나 밥!"
"엄마 나 밥! 응야."
이 모양을 바라보는 주인은 눈을 부릅뜨며,
"저놈의 새끼들을 모두 쳐죽여 버리든지 해야지, 정……."
그리고 민수를 돌아보며,
"어서어서 많이 잡수시유, 저놈들은 금시 먹고도 버릇이 그래서 그럽니다그리."
민수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술을 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술을 놓고 물러앉았다.
"왜, 왜 안 잡수십니까, 뭐 자실 것이 되어야지유."
주인은 머리를 벅적벅적 긁으며 상을 밀어 놓았다. 사남매는 일시에 욱 쓸어 일어나며 저마다 죽그릇을 잡아당기기에 먹지도 못하고 싸움만 벌어졌다.
주인은 벌떡 일어나더니 장죽을 들고 돌아가며 붙인다. 민수는 너무 민망하였다. 그래서 주인을 붙들며,
"이게 무슨 일이오니까. 애들이 다 그런 게지유. 놔유, 어서 놔유."
상 귀에서 흐른 죽을, 그중 어린 것이 입을 대고 쭉쭉 핥아 먹는다. 이 꼴을 보는 주인 마누라는 나그네 보기가 부끄러운 듯이 어린애를 붙들어다 젖을 물리고 콧물을 씻는 체하면서 고름끈을 눈에 갖다 대곤 한다.
애써 말리는 나그네의 생각을 함인지, 주인은 씩씩하며 맷손을 놓고 물러앉는다.
"아 글쎄 글쎄, 새끼는 왜 그리 태었겠수. 이것두 아마 죄지유. 전생에서 무슨 큰 죄를 지고 나서 이 모양인지."
홧김에 때리기는 하고도 그만 억울하고 분하여서 소리쳐 울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모양이다. 못 먹이고 못 입히기도 억울한데 더구나 굶고 앉은 그들을 공연히 때리었구나…… 하는 후회가 일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아우성치고 울던 그들이건만 그런 일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누더기 속에서 소곤소곤하고는 킥킥 웃는다.
민수는 그날 밤잠 한 잠 못 자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남의 일이라도 남의 일 같지를 않고 자기의 앞에도 이런 비운이 닥쳐오지나 않으려나 하는 불안이 문풍지를 울리는 바람과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렇게 밤을 새우고는 민수는 채 밝기도 전에 일어앉았다. 추운 방에서 자서 그런지 몸이 가뿐치를 않고 아무래도 감기에라도 걸린 것 같다.
"몹시 치우시지유?"
주인은 마주 일어앉는다. 민수는 얼결에,
"네…… 뭐."
이렇게 분명치 못한 대답을 하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담뱃갑을 주인 앞으로 밀어 놓았다. 주인은 황송한 듯이 머리를 숙이며 담배를 붙여 문다. 민수는 담배를 한 모금 쑥 빨며 무심히 들으니 벌써 아랫목에서 소곤소곤하는 소리가 들린다. 민수는 얼핏 머리를 들어 아랫목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분간치 못할 컴컴한 속으로 그침없이 조잘거리는 이 소리. 지금쯤은 우리 선비도 깨어서 제 어미와 "아부지 어디 갔나?" 하고 조잘조잘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선비의 얼굴이 저 아랫목 위로 스르르 떠오른다.
"어마이 배고파!"
민수는 이 소리가 꼭 선비의 음성 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무의식간에 담배를 휙 집어 뿌렸다. 그 다음 순간 그 음성이 선비의 음성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웬일인지 가슴이 짜르르 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민수는 안타까웠다. 그만 곧 일어나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가 벌컥 일어났을 때 그는 무의식간에 그의 거지 안에서 일 원짜리 지화를 꺼내 가지고 나왔다. 그래서 주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애들 밥 한 끼 해주!"
주인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리고 자기 손에 쥐인 것이 돈이라는 것을 깨닫자 칵 쓰러지며 엉 하고 울고 싶었다. 민수는 두 다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순간에 덕호의 성난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주인의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 그 집을 나왔다.
간밤 동안에 얼마나 바람이 불었는지 눈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어 어떤 곳은 눈산을 이루어 놨다. 민수는 신발 소리를 사박사박 내며 분주히 걸었다. 흰눈 위에는 이따금씩 날짐승들의 발자국이 꽃잎같이 뚜렷이 났다.
민수는 속이 불편하였다. 이제 덕호를 만나 뭐라고 말할 것이 난처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리저리 궁리해 보며 혹은,
'이 원만 받았다고 속일까? 그리고 나중에 내 돈으로 슬그머니 갚더라도…… 그래도 속이느니보다는 바로 말을 해야지, 주인님도 사람이지, 그 말을 다 하면 설마한들 잘못했다고 할까? 그렇지는 않겠지.'
이렇게 속으로 다투나, 두 가지가 다 시원치를 않았다. 누가 곁에 있으면 물어라도 보고 싶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마침내는 속이기로 결정하고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사내자식이 돈 일 원이 무엇이기에…… 하며 스스로 꾸짖어도 보았다.
이렇게 망설이며 다투면서 동네까지 온 그는 반가워야 할 이 동네건만 발길이 얼른 들여놓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는 동구에 멍하니 서서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다가 들어왔다.
덕호의 집까지 온 민수는 사랑문 앞에서 발을 툭툭 털며 주인님이 사랑에 계시지 않았으면…… 하고 가만히 문을 열었다. 욱 쓸어 나오는 담배 연기 속에서 덕호의 늘 피우는 담뱃내를 후꾼 맡았을 때 그는 머뭇머뭇하였다.
"몹시 칩지, 어서 들어와 불 쬐게."
덕호는 머리를 기웃하여 내다본다. 둘러앉은 노인들도 한마디씩 말을 던졌다. 민수는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로를 피하여 앉았다.